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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맛집 | 스테이크는 무조건 피터루거로 가세요!

연재2 2022. 6. 7. 09:20

뉴욕에는 정말 수~많은 스테이크하우스가 있다. 특히 내가 사는 미드타운은 한블럭 건널 때마다 스테이크집이 있어서 모처럼 멋내고 칼질하는 데이트를 하고 싶어도 너무 집 코앞이라 그 느낌이 안 살 정도다. 다들 평도 무난히 괜찮고, 심지어 런치코스는 가성비가 엄청 좋은데다가 기념일마다 런치/디너 프리픽스 메뉴가 나오는데 그게 또 구성이 괜찮은 편! 그래서 몇 번 시도해봤는데, 그 결말은 '역시 난 스테이크를 별로 안 좋아하나봐'였다. 딱 한 곳 예외가 있다면 그 유명한 피터루거다.

 

피터루거도 정말 안 궁금했는데, 서울에서 놀러온 친구에게 대접하려면 그래도 유명한 곳을 가야할 것 같아서 검색을 해봤다. 울프강이랑 두고 고민을 하다가 어떤 분이 울프강은 상상할 수 있는 맛있는 스테이크고, 피터루거는 상상할 수 없게 맛있는 스테이크라고 하신 리뷰를 보고 피터루거로 결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울프강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꽤 크게 해서 여기저기 체인점이 있지만, (심지어 서울에도 있음. 맛은 물론 본토가 좋겠지만!) 피터루거는 뉴욕에만 있다고 하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스테이크가 맛있어봤자 스테이크 아닌가 싶으면서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간판만 봐도 기대감이 차올라서 마음이 두근두근 했다.

 

예약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빛나는 상장들을 구경했다. 아니 무슨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미국 탑레스토랑으로 선정됐더라. 이 때까지만 해도 한국도 아니고 미국은 대빵 큰 나라인데 그렇게 음식점이 없나?ㅋ 하고 의아해하고 있었음.

울프강은 fancy 하고 피터루거는 cozy 하다고 하던데, 와보니 이해가 갔다.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치곤 매우 친근한 인테리어로 바마저 기다리며 한 잔 하기 부담 없게 생겼음. 하지만 가격은 부담 있겠지? ㅋ ㅋ ㅋ

 

세상 신중하게 메뉴 고르는 우리. 메뉴판 주실 때 이미 식전빵이랑 버터랑 소스랑 다 나와있어서 현기증 났다. 이 날 피터루거 먹는다고 점심부터 조절하느라고 배고파서 머리가 핑핑 돌았음. 우린 토마토양파, 베이컨, 포터하우스, 그리고 와인을 한 병 주문했다.

 

평범했던 식전빵! 인테리어는 좀 오래됐지만 깔끔한 양식당 느낌이고 서버분들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다. 특히 피터루거에서 엄~청 오래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 식당이나 음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으셨다. (=친절하진 않음) 이걸로 불쾌함을 표하시는 분들도 꽤 많다고 들었는데, 뭐 우린 기분 상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그러려니. 그리고 그냥 고기맛으로 커버 넘나 가능함...ㅎ...

 

스타터로 시킨 토마토&양파와 베이컨 한 줄. 토마토 양파 저거 한 접시가 얼마더라...? 18불...? 뭐 그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어디 리뷰에서 엄청 맛있다고 봐서 그냥 속는 셈 치고 시켰다. "I don't know why the tomato and onion is so damn good because it's so simple, but it really is delicious with the sauce" 뭐 이런 리뷰였는데 너무 대공감함. 진짜 왜 맛있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맛있다. ㅡㅡ 아니 왜 맛있지? 난 심지어 소스 안 뿌려먹어도 맛있더라. 진짜 그냥 토마토랑 양파인데 한 접시 더 먹고싶었음. 심지어 베이컨도 대존맛이라 누가 한 줄만 시켰냐고 서로 눈 흘기며 먹었다. ㅋ ㅋ ㅋ ㅋ ㅋㅋ

 

포 터 하 우 스~  띠용 서버분이 다 알아서 접시에 배분해주신다. 안심부터 시작해서 등심 순으로 먹게 되는데 한 조각 먹고 눈 튀어나오는줄 알았다.

 

이거 리뷰 쓰면서도 현기증 나고 너무 먹고싶어서 방금 구글맵 가서 예약 여석 있나 확인했다. ㅋㅋㅋㅋㅋㅋ 저 육즙 보이세요...? 헝... 사람들이 아니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역시 한국인 인증이 최고야... 진짜 쫄깃한데 촉촉하고 육향도 좋고 난리나서 와 이래서 소고기 먹나보다 했다. 고기 먹다가 중간 중간에 토마토 양파 먹어주고 또 고기먹고 하다보면 정말 극락갈 수 있다. 고기가 줄어드는게 아쉽다고 생각한건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유명한 금화 초콜렛으로 급하게 마무리하며. 심지어 가격도 생각보다 안 비쌌다. 뉴욕 물가가 워낙 살인적이라 그냥 밥 먹고 술 먹으면 항상 많이 나오니 피터루거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 만족감을 주는데 비슷한 가격이면 또 와야지. 어휴 어휴 아빠 엄마 언니 형부 다 데꼬와서 홍익인간처럼 피터루거 스테이크의 맛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피터루거 소스!를 뉴욕에서 기념품으로 사가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뭐 말로는 다른 주에선 안 판다고 하던데...? 제대로 안 찾아봐서 잘 모르겠다. 나도 이사가기 전에 꼭 가서 소스 사와야지. 히히 은혜로운 피터루거 리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