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외에 별다른 신분증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한 일이다. 일본에 살 때는 재류카드라는 것을 발급해주어 신분증처럼 쓸 수 있었는데, 미국은 그런게 없으니 술 마실 때마다 여권을 들고다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던지! idnyc 라는 뉴욕 자체 신분증이 있는데, 발급하는 어포인트먼트 잡기도 너~~무 오래 걸리고 심지어 날짜 잡고 한두달 기다려서 갔더니 코로나라며 나중에 오라고 하고, 다시 잡아주지도 않음 ^^… 그래서 포기하고 운전면허증 발급을 도전했다. 배우자비자는 활동에 제약이 정말 많은데,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가 운전면허증 취득이다. 맨하탄 토박이인 오빠도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둘이 같이 발급하기로 했다.
DMV 홈페이지에서 운전면허증 발급 절차를 캡쳐해왔다.
1) 우선은 라이센스 클래스와 타입을 정해야 하는데, 일반 운전자는 모두 D 클래스고 우린 스탠다드 타입을 발급했다. 사실 지금 읽어보고 리얼id 있는걸 알았네. 뭐 발급비용이 더 비싼가? *확인해보니 똑같다. 아무튼 스탠다드 타입은 미국내에서 신분증으로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지만, 국내선 비행기 탈 때는 여권을 가져가야 하는게 조금 번거롭다. 제주도갈 땐 면허증으로 되니까 나 당연히 그냥 갈 뻔 했잖아. 뭐 나중에라도 서류 준비해서 신청하면 리얼id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것 같으니 이사가서 도전해봐야지.
2) DMV 예약 잡고 방문해서 신청서 내고, 그 자리에서 시험 보기. 이건 사실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보고 합격하더라도 어쨌든 서류 접수하러 가긴 가야 한다. 미국 공무원들 일처리야 워낙 악명이 높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악의 대기 시간으로 유명한 DMV니 무조건 아침시간에 가서 마음 비우고 기다리길 추천한다. 나도 마음을 비우기로 마음 먹고 갔는데도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오빠한테 계속 아니 왜 우리 안 불러? 우리 까먹은거 아니야? 여기가 아닌가? 를 한 열 번 정도 물어보고 나서야 시험을 볼 수 있었다. ㅋ ㅋ ㅋ ㅋ ㅋ ㅋ 휴 빨리빨리 나라 국민은 이런거 너무 힘들다규….
시험은 감사하게도 영어와 한국어 중에서 선택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 시험 예제를 보니 구글 번역기를 돌린건지… 이게 통 무슨 소리인지 더 이해가 안가서 그냥 영어로 봤다. 한국 운전면허 필기시험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내용은 정말 쉬우니, 조금 생소한 교통표지판 정도 보고 가면 좋다. 나는 유튜브에 driver’s license test 인가? 검색해서 제일 조회수 많은 영상 한 두어개 보고 시험 보러 갔다. 시험 합격증을 가지고 이것 저것 접수하고 돈내고 하면 연습면허를 발급해준다.
제출 서류는 내가 뉴욕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준비하면 된다. 나는 여권과 리스 다큐먼트, 뱅크 스테이트먼트, 크레딧카드 등을 준비했다. 크레딧카드는 그냥 오빠 카드의 Authorized User로 등록된거라 괜찮을 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통과! 이 날 결제한 돈은 1인당 한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연습면허증은 종이로 된 것을 받았는데, 며칠 후면 카드 형태의 연습면허인 ‘러너퍼밋’을 받을 수 있고, 이것 또한 신분증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오직 ‘신분증’이 목표인 사람은 여기까지만 해도 되긴 한다.
3) 운전 연수 5시간 (온라인 가능) 듣고 운전 연습하기! 우린 미국에서 운전을 해 본 경험이 없어 그래도 도로 연수를 듣는게 낫겠다 싶어서 학원을 등록하기로 했다. 보통 학원에서는 패키지로 많이 제공하고 있어서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5시간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이 교육 이수증은 도로 주행 시험 접수에 필요하니 꼭! 이수해야 한다. 운전 연습이나 시험은 주로 한적한 업스테이트 뉴욕이나 퀸즈에서 많이 하는 것 같다. 우리도 퀸즈에 있는 학원을 등록했다.
4) 운전 면허 시험은 학원에서 예약을 도와줬다. 근데 내가 개인적으로 dmv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신청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였음. 시험 접수비는 두번에 $10 이고, 날짜 잡기가 어렵기로 유명하던데 계속 광클하면 또 빈자리가 나오기도 하더라. 시험 날짜와 시간이 정해지면 너무 늦지 않게, 15분 정도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평일 오전에 가도 사람이 많고 대기가 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한 번 떨어져서 시험을 두 번 봤다. 시험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감독관이 어떤 부분에서 감점을 할 지 모르는게 가장 어려웠다. 특히 감점 요인 중에 뭐 좌우회전을 너무 넓게 돌았다거나, 너무 좁게 돌았다거나, 차선을 살짝 밟았다거나 (뉴욕은 길이 거지같아서 차선도 안 보이는데) 이런 체크리스트도 있어서 맘먹고 떨어뜨리자면 몇 번이고 떨어뜨릴 수 있는 구조다 ㅜㅜ 그래서 학원 선생님이 계속 쫄아있으면 얘 초짜구나 하고 감점을 더 많이 하니까 괜히 여유있는 척 말도 더 시키고 하라고 계속 강조하셨다 ㅋ ㅋ ㅋ ㅋ 하 이 지독한 아메리카 면허 시험 볼 때도 사회생활 해야 하는거니 ^^^^ 아무튼 한 번 떨어지고 도저히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서 이게 시험을 한 번 더 본다고 될 문제인가… 생각하며 반 포기를 하고 있다가 오빠가 그냥 붙을 때까지 보라고 해서 한 번 더 시험을 봤다.
위에서 말한 문제 때문에 감독관을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고, 또 학원을 등록할 경우 선생님을 잘 만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뉴욕 면허 시험은 무조건 동승자와 시험을 같이 보러 가야 하기 때문! 첫 번째 시험 볼 때는 그냥 집 가까운 학원을 등록해서 네팔인 선생님께 운전을 배웠는데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아 답답함이 있었다. 내가 운전하는 동안 계속 자기 틱톡 보여주고, 주차도 내가 연습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고 본인이 입으로 다 해버리는 스타일? 그래서 두 번째 시험 보기 전에는 한국인 선생님과 잠깐 연습을 하고 시험 보러 갔는데 가는 내내 핵심만 쏙쏙 집어서 내가 고쳐야할 점을 알려주셔서 참으로 좋았고 바로 합격을 했다. 모르겠다 그냥 내 핑계일지도. 오빠는 저 네팔인 선생님이랑 레슨하고 한 번에 합격했다.
미국의 운전면허 시험은 생각보다 쇼맨십이 필요했다. 그냥 눈으로 백미러 사이드미러 흘끗 보는걸로는 제대로 안 봤다고 감점이 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막 고개를 옆으로 뒤로 돌려서 온몸으로 내가 잘 보며 운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나중에 들으니 오빠는 사이드미러 볼 때마다 말로도 했다고 함ㅋㅋㅋㅋㅋ ‘Looking left…’ 이러고 중얼중얼 거리면섴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기다. 아무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두번째 시험에선 나도 중얼중얼 거리면서 했고 다행히 감점되지 않았다. ^^
그리고 2주 정도 지나, 진짜 운전면허증 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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