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사실 계획이 별로 필요 없는 관광지다. 삐까뻔쩍하고 높은 건물들 사이를 걸어만 다녀도 내가 멋진 사람이 된 것 같고, 화려한 전광판과 네온사인, 그리고 길거리의 옐로캡만 보여도 'This is New York!'을 외치게 되는 마성이 있달까! 덕분에 걸어만 다녀도, 수많은 도심공원에 앉아만 있어도 너무 좋은 곳이지만 너~무 뜨거운 여름이나 유난히 긴 겨울에는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실내 관광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뉴욕의 화려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브로드웨이 쇼, 미술관, 전망대 정도는 한 곳씩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저번 글에서는 브로드웨이 쇼를 추천했으니, 오늘은 미술관으로! 내가 가 본 일곱 곳의 뮤지엄을 소개한다.
1. The MET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한 메트! 뉴욕에서 딱 한 군데만 봐야한다면 망설임 없이 메트로폴리탄을 추천한다. 가십걸을 비롯해 많은 미드의 배경이 되는 어퍼이스트사이드/센트럴파크 에 위치해있어 주변 구경하기도 너무 좋고, 아니 주변 구경을 안 해도 이 미술관이 센트럴파크를 얼마나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는지가 인상적이다. 공원과 어우러지는 건축, 작품 배치가 너무 너무 멋있음!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의, 아니 뉴욕의 힘과 재력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어쩜 이렇게 싹 다 모아놓았는지, 오히려 공간이 부족해서 엄청 빽빽하게 걸려있는 느낌마저 든다. 심지어는 복도까지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작품들이 걸려 있는걸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단점이라면 너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절대 하루 안에 다 못 본다는 것. 다 볼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략해야 알찬 관람이 될 수 있다.
추천 작품: 이집트관 덴두르신전, 인상파(마네, 모네, 르누아르), 후기 인상파(고갱, 고흐)
2. MoMA
모마는 이름 답게 메트보다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트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라면, 모마는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제일 유명한 걸 준비했어'의 느낌이라서 핵심적으로 보기 좋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뉴욕에 왔으니 미술관은 가겠지만 큰 흥미는 없는 사람이라면 모마가 적절하다.
고흐 작품이 메트에 더 많지만 가장 중요한 '별이 빛나는 밤에'는 모마에 있고, 모네 작품이 메트에 더 많지만 가장 중요한 수련 연작이 모마에 있다. 피카소 작품도 메트에 더 많지만 '아비뇽의 처녀들'은 모마에 있음... 어쩐지 메트가 안쓰러워지는 부분이지만... 그 외에도 앙리 마티스, 르네 마그리트, 몬드리안, 앤디 워홀 등 이름 값하는 작가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으니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것!
추천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 수련 연작, 아비뇽의 처녀들, 마티스, 마그리트, 몬드리안, 앤디워홀
3. Guggenheim Museum
구겐하임은 칸딘스키의 작품이 많기로 유명한데, 특정 작품을 보기 위해 찾아간다기보다는 뉴욕의 예술을 조금 더 깊게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 가면 좋을 것 같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건축물부터가 예술이라 앞의 두 미술관과는 또 다른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고, 어떻게 이렇게 과감하게 나선형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이 건물을 어떻게 미술관으로 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휠체어를 타신 분이 경사로를 따라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관람하시는 걸 보고 포용력이 큰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추천 작품: 칸딘스키, 잭슨 폴록 정도? 근데 그냥 경사로 따라 쭉 봐도 다 볼 수 있음
4. Whitney Museum
휘트니 뮤지엄의 풀네임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다. 즉 미국 국적 작가들의 작품을 다루는 뮤지엄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에드워드 호퍼, 모빌로 유명한 콜더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는 미국의 신진작가들 작품이 주로 전시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보기 좋다. 또 위치가 허드슨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건물 내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그리고 옥상정원 등의 뷰가 정말 좋다. 근처에 첼시마켓이나 하이라인파크도 있으니 겸사겸사 방문하기 좋은 곳! 개인적으로 뮤지엄샵에 예쁜 책이나 문구류가 많았다.
추천 작품: 에드워드 호퍼
5. The Frick Collection
나왔다 나의 최애 뮤지엄! 히히 나는 15-18세기 유럽 회화의 느낌을 좋아하는 터라 프릭컬렉션의 건축과 전시된 작품들이 너무 좋았다. 막 공주님들이 살 것 같은 예쁜 정원,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건물에 예쁜 그림들이 잔뜩 걸려 있는 느낌? 겨울에 뉴욕에 오면 너무 추워서 박물관만 주르륵 다녔던 때가 있었는데, 하얗게 눈이 내리는 날 조용하고 한적한 프릭컬렉션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꼭 유명한 작품이나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공간이 있으니 여러 군데 다녀보는 것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6. The Morgan Library & Museum
JP모건의 모건 맞고요... 실제로 그분이 거주하던 자택과 서재 겸 도서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박물관으로 탈바꿈 시킨건데, 뉴욕 대부호의 집을 엿보는 느낌이라 기분이 굉장히 오묘하다. 전 세계에 단 50권만 있다는 구텐베르크 성경이 세 권이나 있고 모차르트 악보 원본부터 어휴 전시물이 아주 fancy 하다. 건축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도서관과 서점의 느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하루 종일 머물고 싶었다. 1층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 꽤 유명한 것 같던데 언젠가 가서 브런치라도 먹어보고 싶다!
7.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뉴욕시립박물관! 여기는 그렇게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뉴욕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의외로 알차게 관람했던 박물관이다.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에 남다른 관심이나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들러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내가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은 뮤지엄샵 ^ㅠ^ 뉴욕 뉴욕한 물건들이 많아서 기념품 사기에 좋았다. 여기서 엄청나게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봤는데 그때 사지 않은걸 크리스마스 시즌에 얼마나 후회했는지. 다시 가기엔 조금 귀찮아서 패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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